공감 얻지 못한 공동응원단…외면 받은 南, 반응 없는 北 [김영훈의 슈퍼스타K] – 매일경제
한쪽으로만 쏠린 응원
지난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아시아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내고향 여자축구단이 수원FC위민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수원 선수들은 아쉬움을 안고 물러났고, 내고향 선수들은 인민기를 펼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북측 선수단의 남한 방문은 8년 만이었고, 축구 경기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남북 간 경기가 성사된 것만으로도 큰 관심사였는데, 북측이 대회 참가를 확정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시민단체들의 움직임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시민단체들이 빠르게 반응했다. 통일문화재단을 비롯한 200여 개 단체가 두 팀을 함께 응원하는 ‘공동응원단’을 만들었다. 통일부도 남북 협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3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부터, 스포츠계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응원단 측은 “양쪽을 균형있게 응원하겠다”며 “공정한 구호를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약속과 다른 현장
그러나 실제 경기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3천여 명이 모여 북과 꽹과리를 쳤지만, 응원은 내고향 쪽으로만 쏠렸다. 경기 내내 “내고향!”을 외치며 환호했고, 수원이 공격할 때조차 내고향 수비를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골 장면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수원의 선제골보다 내고향의 동점골과 역전골 순간에 경기장이 훨씬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리 준비한 현수막도 편향적이었다. ‘내고향 여자축구단 방한을 환영합니다’라는 정성스러운 문구와 달리, 수원을 향한 응원은 ‘파이팅!’ 같은 짧은 표현에 그쳤다.
이런 모습이 중계 화면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축구 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현장 취재진들도 이상한 응원 분위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느 쪽도 반기지 않았다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지만 정작 양측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박길영 수원 감독은 “우리는 대한민국 팀 수원FC위민”이라며 “경기 내내 속상하고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건 보지 못했다. 수원 주민들이 축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클럽대항전은 각국 리그를 대표하는 팀들의 경쟁이라 사실상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수원FC위민은 자국에서 열린 경기임에도 홈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심지어 내고향 측 요청으로 숙소까지 양보해야 했다. 응원 분위기마저 평양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공정한 경기와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겠다”던 공동응원단.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자국 팀을 외면해야 했던 상황에 대한 의문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