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실적 위주 밸류업이 낳은 고배당 혼란 – 딜사이트
3월 정례 주주총회가 끝나면서 상장 기업들의 배당 관련 발표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공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높은 배당을 하는 회사임을 강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 혜택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이 조건을 맞추려고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고 주주 환원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제도가 단기 성과에만 집중되면서 시장에서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확실해지는 기관장들의 입장까지 겹치면서 정책은 정밀함보다 빠르기에 치우친 모습이다.
이번 높은 배당 기업 공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연도 해석의 왜곡이다.
2025년 사업연도 배당이 확정됐는데도 비교 기준을 2024년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하면서, 전년보다 배당을 조금만 늘려도 요건을 충족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과거보다 총 배당 규모가 줄었는데도 세금 혜택 대상이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연도 해석이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둘째, 공정성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2024년 대비 증가 여부를 보지만, 전년도에 배당이 없던 기업은 2025년 배당 비율만으로 높은 배당 기업 지위를 얻는다.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회사마다 다른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지표의 한계도 있다.
일반적으로 배당 수준은 배당 비율, 주당 배당금, 총 배당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현행 기준은 2024년 기준으로 이익배당 금액이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
만약 한 기업이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자사주를 소각한 뒤 배당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익배당 금액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 대한 예외 규정이나 해석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기업의 혼선을 초래한다. 현실과 형식이 따로 노는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점차 적응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특례는 3년 한시 제도다. 적응을 전제로 하기에는 시간이 짧다. 단기간 성과를 위해 제도를 서둘러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 추진 과정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거래소는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공시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거래소의 연락을 받은 후 “우리가 왜 높은 배당 기업인가?”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았다.
제도의 취지보다 ‘높은 배당 기업 수’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기준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형식적 요건조차 제각각인 방식은 정책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가치 제고는 공시 건수나 요건 충족 기업 수로 평가될 사안이 아니다. 숫자를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가치를 쌓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