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격전지 동행취재] 부산북갑 박민식 “단일화는 ‘뜨거운 아아’ 같은 망상”
지방 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부산 북구 갑 보궐선거 현장. 숙등교차로에 위치한 선거 사무소 벽면에는 눈에 띄는 문구가 붙어 있다. 후보의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맹호부대 정보부대 책임자로 참전했다가 1972년 전사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월남댁’으로 불리게 된 사연을 담고 있다.
공식 운동 하루 전인 5월 20일 오후, 선거 사무소에는 지역 주민과 운동원 3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략 회의를 진행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북구 구포로 이사 온 후보는 구포초등학교와 구포중학교를 졸업했다. 제18대와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거쳐 서울 강서구 선거에 출마하며 한동안 북구를 떠났었다.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실 관계자는 “자리를 비워 죄송하다고 여러 번 사과했다”며 “지금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21일 0시, 만덕119안전센터 부근에서 선거 현수막을 내걸며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첫 유세는 숙등교차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무소에서는 공식 선거 운동원 30여 명을 향해 “저를 당선시키는 건 정예 군인 여러분입니다. 건강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선거 운동입니다”라고 인사했다. 배우자는 사무소 뒤편에서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봤다.
화가인 배우자는 건강 관리에 대한 질문에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함께 사시는 어머니께서 토마토 주스를 갈아 주시는 정도”라고 답했다.
또한 “저는 주로 남편과 떨어져서 주민들을 만난다. 다른 후보는 부부가 같이 다니며 언론 주목을 받고 있어서 우리가 보도에서 좀 밀리는 것 같다”며 가볍게 웃었다.
오전 7시경 숙등교차로에서 유세차에 올라 출근하는 주민들을 향해 고개 숙이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차량 경적을 울리며 호응하는 주민도 있었고, 차창을 열어 “파이팅”을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기호 2번 지지 의사를 드러낸 주민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30여 명의 선거 운동원이 숙등교차로를 선점했다. 다른 후보 운동원 두 명도 그곳에서 오가는 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달리는 차량 차창을 열고 다른 후보를 응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스님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호 1번 후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지나갔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다른 후보 핵심 선거 운동원들은 전 부산시장 사람들이다. 우리와 같은 동네 사람들이 많다. 전에 한솥밥 먹었던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가 끝난 뒤 주민 간 후유증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오전 11시경 남산정복지관에서 열린 콩국수 데이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공식 선거 운동 후 처음으로 보궐선거 유력 주자 세 명이 한자리에서 만난 행사였다.
배우자는 행사장 입구에서 “안사람입니다”라며 오가는 지역민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한 표를 호소했다. 한 후보가 10시경 가장 먼저 도착해 주민들에게 콩국수 배식 봉사를 했고, 나머지 두 후보가 뒤이어 합류했다.
언론 취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세 후보는 화기애애한 말과 표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배식할 때는 자기 이름과 선거 기호를 알리며 각자 선거 실리를 챙겼다. 봉사 활동이 끝난 후에는 각각 취재진에 둘러싸여 상대 후보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른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단일화에 대해 확고부동합니다. 첫째, 단일화는 북구 주민에 대한 배신 행위입니다. 주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해당 후보가 과연 단일화할 상대가 되는지에 대해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보수 진영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입니다. 그의 정치는 갈라치기 정치, 독단적인 정치입니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보수의 길과 전혀 맞지 않는 정치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 야심을 위해 북구를 일회용 불쏘시개로 활용하다가 내팽개칠 사람입니다.”
다른 후보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정치 의사 결정을 하기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북구의 척박한 땅과 주민들을 대표하기엔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 한 달 만에 준비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견제했다.
오후 2시에는 부산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부산 승리 합동 출정식이 열렸다. 부산시장 후보를 비롯해 구청장, 지방의원 후보, 부산 지역 의원 등 국민의힘 관계자가 대거 모였다.
오후 4시 구포시장 쌈지공원에서 열린 부산 북구 원팀 출정식이 가장 주목받는 일정이었다. 지역 국민의힘 당원과 선거 운동원, 주민 등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특히 91세 어머니가 직접 아들의 머리를 깎았다. 흥성하던 출정식 분위기는 돌연 숙연해졌다. 삭발식이 진행될 때 몇몇 여성 선거 운동원은 “아이고”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오늘 제 정치 생명을 건 최후의 출정을 선언합니다. 이번 싸움은 오만한 배신 정치를 끝장내고, 위선으로 가득 찬 상대들을 꺾기 위한 사투입니다. 단일화한다는 말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망상입니다.“
출정식에는 송언석 원내대표, 안철수·김민전·박성훈 의원, 김웅 전 의원 등이 함께했다. 부부는 구포대교 앞에서 퇴근길 인사를 하며 첫날 유세 일정을 마쳤다.